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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나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독서 기록 | 자기혐오와 상처는 사랑의 관계 속에서 치유될 수 있을까

by Bakjay 박제이 20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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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보니 인덱스를 꽤나 많이 붙였네요.
 

 

저는 보통 책 읽을 때 인상 깊은 문장에 인덱스를 붙이고

나중에 타이핑으로 직접 옮겨 적으면서 한 번 더 곱씹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울림이 있는 부분 일부를

블로그에 가져와 간단하게 감상과 기록해보겠습니다.

 

 

 

⚠️ 발췌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전부 옮기지 않고 줄임표(…)를 사용했습니다.

⚠️ 줄거리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1권]

 

272p.

갑자기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느낀 불안뿐만 아니라, 말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지난 30년 동안 너무나 간절히 갈망하고 원하고 바라느라 자기가 얼마나 기진맥진 했는지, 얼마나 완전히 소진됐는지 실감했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지친 게 아니라, 너무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소진된 주드의 삶.

주드의 불안은 결국 과도한 갈망에서 온 것이란게 마음이 아팠다.

 

 

432p.

하지만 여기 해럴드와 줄리아의 집에는 거울이 있고, 그는 그 앞에서 몇 초 동안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날 밤 제이비가 취했던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다. 제이비가 옳았어, 그는 생각한다. 걔가 옳았어. 그래서 용서가 안 되는 거야. 이제 그는 입을 턱 벌린다. 조그만 원을 그리며 깡충깡충 뛴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끈다. 그의 신음 소리가 고요한, 조용한 집 안 공기를 가득 채운다.

 

타인이자 가장 친했던 친구의 모욕이 주드 안에서 내면화되는 모습.

마치 자기 스스로를 벌주듯이 거울을 보며 재현하는 모습은

주드가 가지고 있는 자기혐오를 잘 보여준다.

 

 

 

[2권]

 

395p - 399p.

그는 자기도 놀랄 만큼, 평생 한 번도, 심지어 아이 때도 감히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랬다면 맞았을 게 뻔한 식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해럴드와 줄리아는 그를 때리지 않는다.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절대 징벌하지 않는다. “이건 역겨워요.” 그날 밤 그는 해럴드가 만들어준 치킨 스튜를 밀치며 말한다. … 결국 해럴드가 그를 정말로 원하지 않았다는 걸, 입양이 변덕이었다는 걸, 그 새로움은 이미 오래전 빛이 바래버린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걸 알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 아이에게 해주듯이 가장자리 껍질을 자르고 삼각 형으로 자른 샌드위치다. 그는 화가 나서 거의 소리 지르기 시작하지만,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해럴드를 노려본다.

드디어 모든 아이다운 변덕과 소원과 불안함을 가진 아이가 된 수치심과 기쁨 때문에, 못된 행동을 하고도 용서받는 특권 때문에, 다정함, 애정, 식사를 받고 먹으라고 강요받는 것 때문에, 마침내, 마침내 부모의 확신을 믿게 될 수 있게 된 것 때문에, 모든 실수와 밉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실수와 밉살스러움 때문에 누군가에게 자기가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 들어 눈물이 난다.

 

 

평생 끔찍한 학대 속에서 살아온 주드는 한 번도 ‘아이답게’ 굴어본 적이 없다.

그런 주드가 처음으로 자기 마음과 자기혐오를 양부모에게 거칠게 폭발시키는 장면은 강렬하다.

 

사랑받고도 버림받을까 두려워, 차라리 먼저 시험하고 스스로 상처를 자처하는 모습에서

“나 같은 존재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절망이 전해진다.

 

그러나 자기파괴적인 행동 뒤에도 끝끝내 곁을 지키는 해럴드와 줄리아를 보며,

주드는 그제야 처음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

 

아이가 되지 못했던 주드가 마침내 아이가 되어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순간.

그의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처음으로 부모의 사랑을 받아들인 아이의 눈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한나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는 단순히 주드의 불행한 일대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상처와 고통, 존재와 관계, 그리고 사랑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주드가 가장 행복해지려는 순간에 찾아온 비극과

결말 때문에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을거 같아요.

저도 결말부에서는

작가야.. 꼭 그래야만..했..냐!!!!!!! 를 외쳤는데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의 상처는 흉터처럼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며,

끝내 우리를 세상에 붙잡아 두는 본질은 어떤 성취나 성공이 아니라

관계와 사랑임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만약 윌럼이 살아 있었다면 주드는 결국 끝내 행복해졌을까요?

작가한테 물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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